자치단체장의 호족화 막지 못하면
지방분권 할 필요 없어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한민국은 매 4녀마다 한 번씩 나라 전체가 홍역을 치른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다음 지방선거는 내년 6월13일 경에 치러진다고 하니 채 일 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또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의 승자들은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각종행사를 스스로 열고 자천의 주인인양 행세를 한다. 다가올 선거에서도 역시 자신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다닌다. 그런데 문제는 완장의 힘이 예상외로 크고 법과 예산을 악용하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광역시 또는 자치단체의 장들은 선거를 앞두고 다른 연도보다 더 많이, 더 크게 행사를 기획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신들의 돈도 아니면서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행사를 하는 것이다. 수장으로 재임하면서 있었던 모든 것들을 화려하게 치장하고자 열리는 각종 행사에 공무원동원은 기본이고 광고를 앞세워 기자들까지도 동원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용은 전년과 다를 바 없는 속빈강정인데 인원수를 늘려 세를 과시하려는 행사 앞에 시민들은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다. “저 사람이 또 당선이 될까?”하고 말이다. 지난 수년간 특정 고등학교의 동문이라며 자리독식을 한 경우도 있고, 선거 캠프의 일원이기 때문에 능력과 관계없이 연거푸 채용이 되고 이에 대해 질책하는 언론사들을 고사 직전의 위기로 몰아붙인 반민주적인 단체장들이 “또 다시 당선이 될까?”하고 의문부호를 던지는 사람들이 한 둘은 아니다.
그럼에도 완장의 힘은 의문부호를 아직까지 압도하고 있다. 완장 찬 사람과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들은 소위 블랙리스트로 찍혀 변변한 예산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지방의 현실에서 블랙리스트라고 명명된 사람들은 말조차 꺼내기 않고 있다. 나 하나가 아니고 나 때문에 주변의 동료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 4년 마다 한 번씩 홍역을 치르듯 입을 다물고 살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원만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누구인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또 다른 누구인가는 이 사실을 음으로 양으로 퍼뜨리면서 끝없이 자기검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방기자들이 광고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장에 반대하는 자를 색출해 고사시키려는 지방자치단체의 한심한 작태가 반복될수록 자치단체장들의 호족화는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장들의 호족화가 진행되면서 스스로는 좋은 정치인이라며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그들의 말이 새삼 두려운 오늘이다. '다름'은 '틀림'이 결코 아니것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