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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의 슬로건 정치의 미학

이재명 경기지사 가장 성공적인 슬로건 장착
젊은이들을 마음을 대변하는 한마디 단어 “공정”

지방자치 20년이 넘어가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도시의 슬로건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단체장이 새로 선출될 때마다 슬로건 교체사업을 벌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원시의 슬로건 변화다. 민선4기 수원시의 슬로건은 ‘해피수원(HAPPY SUWON)’이었다. 이 슬로건에 대해 수원시는 실용신안특허까지 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슬로건을 만들고 사용하는데 200억을 사용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러나 민선5기 들어 단체장이 바뀌면서 수원시의 슬로건은 “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으로 바뀌었다. 시의 슬로건이 바뀌면 모든 공문의 첫 번째 문장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예산이 사용된다. 이 슬로건은 단체장이 3선에 성공하면서 10년째 사용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예산낭비이지만 단체장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의지 과시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언제나 “예스”일 뿐이다.

 

 

오산의 어느 정치인은 “자기 돈이 아니니까 이렇게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슬로건을 바꾸는 거다 자기 돈이면 아마 못 바꿀 거다”라며 냉소를 터뜨리지만 수원만 슬로건 사업에 예산을 펑펑 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대동소이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의 현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슬로건 하나에도 시대를 담는 의미들이 있다. 경기남부의 소도시 오산은 8년 정도 “교육도시 오산”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오산이 교육도시로 가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산은 교육 분야에서 가장 열악한 도시 중 하나다. 시 인구가 수년째 21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학원이 들어 올만한 형편은 아니다. 또 수원에 비해 명문 학교가 많이 부족하고, 학교시설도 열악하다.

 

다만 공교육 분야에서는 오산이 수원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수원은 급격한 도시팽창을 제어하지 못해 3교대 병행급식을 하는 학교가 여전히 많고, 단체장은 이를 해결할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산은 많은 비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 예산으로 초등학교 건물까지 짖는 무리수를 둘 정도로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한 것도 사실이다. ‘교육도시 오산’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무리수 이었다고나 할까!

 

 

경기도 넘버원을 주장하고 있는 화성은 지난 10년간 급격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성장을 했다.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해당하는 크기를 바탕으로 한 지역 내 총생산 경기도 1위, 인구증가율 대한민국 1위, 수출 규모 경기도 1위, 등록기업 업체 1위’등 너무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화성시를 대변했던 슬로건은 “길이 열리는 도시 화성”이었다. 그러나 화성시는 서철모 화성시장이 민선7기 수장으로 자리를 교체하면서 ‘시민이 주인인 도시, 기분 좋은 변화 행복화성’으로 슬로건이 바뀌었다. 서 시장의 재임기간이 너무 짧아 아직 이 슬로건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는 단체장을 찾으라면 당연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슬로건은 “새로운 경기, 공정세상”이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시대의 아픔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들이 주로 도시의 나아갈 방향을 이미지화 했다면 이 지사의 슬로건은 대한민국 전체를 상대로 한 가장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최근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젊은이들의 가장 큰 불만중 하나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일 마주치는 드라마에서조차 인기 있는 캐릭터의 대부분은 금수저이다. 취직 문제 하나만을 보아도 권력자의 아들, 딸들에게 우선순위가 배정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또 언제인가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직업군에 따른 급여격차와 차별의 존재는 젊은이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꿈꾸게 했다. 그 포문을 열어준 사람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그래서일까? 이 지사는 언제나 젊은이들이 손꼽는 대통령 후보 중에 한명이다.

 

슬로건의 정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입장과 단체장의 철학이 담긴 한마디다. 그 한마디가 위선일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시대의 아픔을 담고 가는 한 마디가 칼날 위를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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