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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1 / 양천웅

양천웅(1944~)

전남 영암

한국문학예술 ‘시’로 등단

시집 ‘베르베르인의 젖꽃판’, ‘모닥불’

문학동인지 15회 발간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경기문인협회 회원

대통령 황조근정 훈장 표창

 

 

그릇장에서

큰 그릇이 작은 그릇을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설거지 하고 있는

아내를 등 뒤에서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해가 서쪽에서 뜨느냐며

쌀쌀하게 뿌리쳤습니다

아마 나는

큰 그릇이 못 되는가 봅니다.

 

시 읽기/ 윤 형 돈

 

위대한 발견이다. ‘큰 그릇이 작은 그릇을 꼭 껴안고’ 있다니! 아마도 큰 그릇인 대접 안에 작은 종지나 국그릇이라도 담겨 있거나 엎어져 있었나 보다. 그릇장 안에서 얼마든지 자기들 멋대로 연출될 수 있는 풍경이다.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안에 포개진 모습이 꽤나 행복해 보였나 보다.

 

수시로 남의 편인 남편은 그걸 보고 미세한 동선動線을 일으켰는지 때마침 설거지하고 있는 아내의 등허리를 ‘냅다 와락 덥석’ 포옹해주었단다. 느닷없는 괴한(?)에게 급습을 당한 아내가 자지러지게 놀라며 ‘쌀쌀하게 냉전하게 단칼에’ 뿌리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도래하였다. 그러면서 되쏘는 말은 ‘해가 서쪽에서 뜨느냐?’고. 평소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돌연 역방향으로 나오는 남편의 돌발행동이 위험천만한 역주행으로 여겨졌을까?

 

“야속하기만 하다 흥에 겨운 영암 아리랑 남자의 늦깎이 순정을 왜 몰라줄까?”

 

어쩌다 잘 못 다루어 깨어진 그릇은 흉기가 되지만, 온전한 그릇은 용기容器와 저장소 역할을 하는 쓸모 있고 사랑 받는 도구가 됨을 남편이 모를 리 없다. 저녁나절 밥 한 끼 물리고 배부른 게으름으로 이 시를 가만 읽고 있노라면 질그릇 같은 삶의 투박한 노래가 전해 온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들 서로 각자가 ‘질그릇 안에 담긴 보배’ 같은 영화로운 날은 언제 오는가? 옳거니, 그릇되지 않으면 누구나 ‘큰 그릇’이 되어 옹기장이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다고 착한 시인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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