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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순(1957~)

경기도 김포

 

2015년 계간 ‘수원문학’으로 등단

2016 수원인문학 글판 선정

2017년 KBS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 당선

2018년 길 위의 인문학 ‘보길도’ 작품 선정

자랑스러운 수원문학인상 수상

현재 수원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

 

 

 

명차名茶라 하시기에

두 손으로 받았습니다.

 

구중구포 윤회를 도셨다지요

온몸을 다 내주어서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진

화엄의 몸짓으로

내게 오셨군요

 

아,

쪼그라든 몸

활짝 열어

맑고 청량한 향기로

내게 오셨군요.

 

시 읽기/ 윤형돈

 

차 끓이며 외로움은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는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이 생각나는 시다. 견디는 만큼 향기 넘치는 잎 차 한 잔과 입 안 가득 번지는 인연의 향기, 내가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얻은 것도 없으니 버릴 것도 없어 그저 하루하루 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차 한 잔의 사상을 생각한다. 마주 앉을 누군가를 위하여 노을이 지면 그렇게 찻물을 끓여야 하나 보다! 살면서 수시로 허기지는 ‘공복空腹의 구성’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해 보니 ‘좋은 차와 벗과 거문고’, 그밖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읽는다.

 

복이 많은 시인은 어느 날 소위 명차名茶를 선물로 받았다. 포장을 풀어보니 차의 형상은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진’ 몸이 영락없는 등신불의 크기다. 그것은 ‘구중구포 윤회’와 ‘화엄의 몸짓’이란 엄청난 발견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약초를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거듭하여 탄생한 차는 마치 여러 가지 수행을 하고 만덕萬德을 쌓아 덕의 열매를 장엄하게 칭송하는 ‘화엄’의 경지와 같다. 피가 안 나게 살을 베는 명검名劍처럼 기혈氣血을 도우며 근골을 튼튼하게 그리고 골수를 맑게 하는 ‘차’는 ‘온몸을 다 내주어서’ 소신공양을 한다. 찻잎이 가진 원래의 향을 충분히 우러나게 만들면서 너무 떫거나 쓰지 않게 만드는 게 차 달임의 핵심이리라. 그것은 곧 절차탁마의 연단과 습작을 거치며 문학을 공부하는 인간성의 연금술을 닮았다. 그래야 ‘맑고 청량한 향기’ 같은 글이 어느 날 불현듯이 도래할 것이다.

 

순백의 찻잔으로 다가온 그대, 노을이 지면 당신을 위해 찻물을 끓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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