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선거권을 가지게 된 이후 세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이고 두 번째는 박근혜 그리고 이번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좌우 이념을 떠나서 성인의 시점에서 보는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은 정의라는 단어보다 그저 한국인이 참 역동적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먼저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87년 헌법조차 수많은 국민이 거리에서 흘린 피의 대가로 만들어진 헌법이었고, 그 87년 헌법안에서 세 명의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받았다는 사실은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첫 번째 탄핵은 대통령이 선거 중립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이었으며 두 번째는 국정 논란, 이번에는 내란 혐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번째로 탄핵받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과는 별개로 지금도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대통령이다. ‘권위주의 청산’과 ‘시대정신’을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명연설은 지금도 디지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요!”라는 그의 연설을 즐겨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됐으며 그다음 해 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두 번째로 탄핵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는 국정농단이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박 대통령의 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이 간섭했으며, 간섭의 정도가 지나쳐 대통령이 해야 할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다. 여기에 부정부패 혐의가 덧씌워졌다. 언론은 거의 마녀사냥을 하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며 탄핵을 부채질했다. 결과는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끝이 났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고, 박근혜 배지만 달아도 선거에서 이기던 시절도 함께 끝이 났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탄핵받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특정 정치집단에 의한 우격다짐이 비교적 적었다. 대신 혐의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군인의 국회의사당 난입과 정치, 집회, 출판, 언론 활동의 중단 그리고 임기 내내 윤 대통령의 행정을 어렵게 만들었던 의사들에 대해 ‘처단’이라는 차마 정치인이 입에 올리기 어려운 단어까지 사용한 계엄선포는 실패했고 결국 탄핵당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일련의 과정이 잘 짜인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차분한 마음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탄핵받았던 윤 대통령의 행동이다. 그의 행위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넘실대고 있다. 그중에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 중 한 개는 북한을 자극해 전쟁을 유도했다는 사실도 있다.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가득 찬 망상은 정권과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 계엄을 불러왔고, 그 계엄은 망칠 탄핵을 불러왔다.
아직 헌재의 결정은 남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직위를 가진 사람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나라의 안보까지 이용하려 했다며 이를 용납하기는 어렵다. 그런 일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안위보다 자신의 정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또다시 거리에 나서 촛불을 들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정도의 역동적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