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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 김세홍

김세홍(1960~)

전남 광양

2014 문학세계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이사

이든 문학회 부회장

시와 늪 작가상 수상

동인시집 16인의 사색노트

2019 제 1시집 ‘고래와 달’ 출간

2019 홍재문학상 수상

 

 

직선에는 누구를 사랑할 때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겨 있다

꽉 조여진 열두 줄의 가야금은 누구의 손끝에서

튕김을 받고 싶어 적멸보궁에 들었다

 

굽은 산맥이 바다에 직선으로 눕는다

 

민달팽이 속을 빠져 나온 굽은 선들이 지평선에 걸린다

유리벽을 여과 없이 통과하는 햇빛처럼

멀리서 별빛이 직선으로 내려온다

 

활시위를 떠난 큐피드 화살이 직선으로 날아가

사랑하는 이의 심장에 꽂히듯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눈은 직선 위에 있다

 

우유부단하지 않고 올곧게 산다는 것

살면서 직선하나 된다는 것

 

시 읽기 / 윤형돈

 

직선은 인간의 線이고 곡선은 신의 線이라 했던가? 직선은 두 점 사이를 지나는 무한히 길고 곧은 선이다 감추거나 에둘러댐이 없이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성격으로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를 닮았다 직선은 시의 각 聯마다 곧은 줄기로 뻗어 있다. 쉽게 굽히지 않는 금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직선’ 옹호에 나섰지만, 글 행간에 숨겨진 곡선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오히려 특유의 유연함으로 칡넝쿨처럼 직선을 칭칭 감아 돌기까지 한다.

 

‘가야금은 누구의 손끝에서 튕김을 받고 싶어’ 적멸보궁에 드는 순간, 곡선으로 감화를 받는다.

직선은 남성적이고 곡선은 여성적이다 여성의 신체라인이 그렇다 한국의 전통적 정서와 여백의 미, 도자기의 유려한 곡선, 한복 맵시의 곡선미, ‘꽉 조여진 12줄의 가야금은’ 직선이지만, 타는 줄의 탄력은 곡선이다 ‘누구를 사랑할 때처럼 팽팽한 긴장감은’ 직선이지만, 눈 녹듯 풀어지는 화해의 감정은 곡선이다 마찬가지로, ‘굽은 산맥은’ 곡선이지만, 바다의 지평선은 직선이다 직사광선의 햇빛, 큐피드 화살은 직선을 그리며 하트의 중심을 관통한다. 사랑의 화살은 직선적이나 여성적인 곡선을 향해 날아든다. 결국 사랑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작자의 키워드는 마지막 연에 배치됐다 ‘우유부단하지 않고 올곧게 산다는 것, 살면서 직선하나 된다는 것.’

 

다른 사람의 한 면만 보고 성급하게 상대방을 판단하면 그의 이면까지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직선만을 보고 곡선을 보지 못함으로써 ‘숨은 그림 찾기’에 실패한 인물들은 많다. 그래서 시인은 3연의 중간 쉼터에서 ‘민달팽이 속을 빠져나온 굽은 선들이 지평선에 걸린다.’고 했나보다.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여백의 미를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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