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시대에 ‘진식’이란 학덕이 높은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선비 진식은 당황하지 않고 대들보 위에 숨어 있던 도둑을 군자라 부르며 가르침을 주고 점잖게 회유했다는 일화가 있다. 훗날 이 이야기는 고사성어로 만들어져 대들보위의 도둑을 ‘양상군자’라고 하며, 오늘날에는 시민들이 많은 정치인들을 비꼬는 말로 종종 사용한다. 특히 지방단체장들이 겉으로는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주목하자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조직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해 주는 일종의 세금 도둑질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양상군자라고 표현한다.
<임숙영의 시사 칼럼>
경기 남부에서는 대표적인 양상군자가 바로 곽상욱 오산시장이다. 아니 양상군자라는 표현으로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자신이 지불해야 할 사적 재판비용과 위자료를 세금으로 처리하고, 범죄를 저질러 결코 일반적으로는 등용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공무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태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 7월30일 이후 불거진 곽 시장의 불륜 사실은 오산시민을 너무 부끄럽게 만들었다. 모 보수단체가 오산시청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 놓고 소리를 지르며 시장을 조롱하는 모습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곽 시장은 자신도 무안했는지, 그 이후 수차례의 뜬금없는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이에 대해 시의원도 5분 발언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어제 또다시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2주일간의 기나긴 연수를 떠났다. 이렇듯 시장이 자리를 비우는 날자가 늘어나서 행정공백을 넘어 행정참사가 우려될 정도이다,
문제는 곽 시장의 모든 행위가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들이고 행정 또한 세금이 수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인데 마구잡이 졸속행정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상군자 한 사람 때문에 23만 오산시민이 지난 선거에서 3선 시장을 지지한 것을 수치로 여기며 후회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양상군자 한 사람 때문에 우리 오산시의 자산이 되어야 할 시민의 세금이 도둑맞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대들보 위의 양상군자는 자식의 굶주림을 보다 못해 도둑질을 시작했지만, 오늘날 오산의 양상군자는 자신의 안위와 쾌락을 위해 시민의 세금을 갉아 먹는 다는 것이고 그를 공천한 정당은 그저 불똥이 튈것만을 우려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