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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그리고 플라스틱

내일을 위해 지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한 해 강수량의 절반이 쏟아진다는 한국의 장마는 확실히 우리나라를 우리나라답게 하는 계절적 특성이다. 남쪽의 저기압과 북쪽의 고기압 군단이 만나는 자리에서 쏟아지는 한 달간의 빗줄기는 기압 군단간의 전투 부유물일 수 있다. 그런 장마가 반가운 것은 요 몇 년간 장마다운 장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 댐의 수문은 활짝 열리고 빗줄기는 하류로 내려갈수록 세를 불리며 위력을 과시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이동은 어쩌면 우리의 환경을 한 번 더 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 년 내내 쌓여있던 이름 모를 쓰레기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각종 오물들이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는 풍경은 장관이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 커다란 호수에 모인 쓰레기를 걷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버린 것들이 썩지도 않고 산천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버려진 물건들, 그중에서도 물에 뜨는 것들의 대부분은 비닐과 플라스틱이다.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인류가 석유를 통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괴물들이다. 그럼에도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비닐과 플라스틱은 꼭 필요한 존재다. 내 작은 서재를 둘러봐도 온통 비닐과 플라스틱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 하다못해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 자판부터 플라스틱이다. 현생인류가 산속에 버려지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플라스틱을 안 만나고 살수는 없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버려지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남태평양에는 해양투기에 의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섬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 면적이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4배에 가깝다고 한다. 한동안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재활용해서 다시 사용하자는 주장이 있었고 실제 플라스틱 쓰레기 가공업체들도 많다. 그러나 폐플라스틱을 가공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플라스틱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공급된다. 다만 버릴 장소가 없을 뿐이다.

 

버릴 장소도 만들어 놓지 않고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릴 수 없는 쓰레기들을 계속 양산해 내는 인류의 위험한 소비행태는 결국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6`25일은 남북전쟁 기념일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이념 다툼으로 인한 전쟁은 눈에 보이는 피해를 만들지만, 버리기 어려운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위험이다. 과거 장마철에 시작된 전쟁 속에서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미래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신 군인들처럼 우리도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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