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몽당연필이 사라진 시대

신이 있다면 인류를 멸망시켰을 것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세트 메뉴를 주문해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가지고 온 점심메뉴에는 석장의 비닐이 있다. 콜라를 담은 비닐과 햄버거를 담은 비닐, 그리고 케첩을 포장하고 있는 비닐이다. 그리고 콜라의 뚜껑과 빨대는 플라스틱이다. 점심 한 끼에 내가 사용한 재활용 쓰레기가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점심 한 끼에 다섯 가지의 재활용 쓰레기가 발생한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어쩌다 대형마트에서 시장이라도 봐온 날이면 재활용 쓰레기가 셀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코팅이 되어 있는 박스 포장에 비닐에 비닐을 덧씌운 포장지를 모두 벗겨내면 버려야 하는 쓰레기의 총량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생활 자체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재앙덩어리인 셈이다.

어떤 재활용 쓰레기는 버리기조차 아까운 것들이 있다. 일회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잘 만들어진 컵, 도시락 용기, 전자제품 보호를 위한 도구들 등등 너무 정밀하게 잘 만들어져 과연 이렇게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진 것들을 그냥 버려도 될까 싶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버리지 않고 집안에 쌓아둘 수도 없는 문제다.

몽당연필이 사라진지 오래된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과 포장되고 남는 물건이 많은 시대, 절대빈곤은 벗어났지만 상대적 빈곤이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갖 물건들을 집안에 쌓아두기도 한다. 아마 과거형의 사람일수록 그럴 것이다.

아까운 것을 모르는 소비지향주의 세대들과 그들에게 더 많은 물건을 팔아야 하는 기업문화가 만들어 낸 괴물 같은 사회국조가 지구를 멍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결국에는 인류 전체에게 환경적 재앙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 못하는 것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엉뚱하게 들리고 논리도 맞지는 않지만 더 이상 출산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지구가 인간을 자연도태 시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사람 자제가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재앙덩어리라면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숫자를 줄여야만 지구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출산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고 출산을 막아 자연스럽게 인류를 도태시키기 위한 환경적 선택은 우리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출산장려정책을 만들어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 넘쳐나는 시대를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의 행동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파괴해버리고 스스로 도태를 선택한 행위일수도 있다.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쓰레기를 만들고 버릴 장소조차 없어, 바다에 투기해 물고기까지 살기 힘들게 만들어버린 인류의 위대한 발전은 스스로를 도태시켜 사라져 버리라는 신의 준엄한 명령일 수 있다.


포토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