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면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정치인들의 자화자찬이 제일 많다. 그중에 자신이 중앙정부나 경기도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가지고 왔는지 자랑을 하려고 현수막과 공보물을 동원해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속은 없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자랑을 하면 또 다시 당선되리라는 믿음이 있을지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들에 대한 손가락질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82번 국지도와 관련된 일이다.
82번 국지도를 보고 있으면 화성시 서부의 현실이 가장 적나라하게 보인다. 어느 시간에 가도 길게 늘어선 화물차량과 승용차를 볼 수 있는 이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1번 국도에 연결되기 때문에 사시사철 막힘이 있는 도로다. 때문에 늘 확포장 문제가 거론됐고, 지난 2018년 우여곡절 끝에 확포장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문제는 왕복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인도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도로에 대한 설계가 시작됐던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 가까이 도로의 예산문제에 대해 자회자찬을 하던 민주당 오산시 국회의원과 산하 시도의원들이 보도자료에 사진까지 첨부하며 자랑을 해왔지만 도로 주변에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인도가 없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새로 도로를 확포장하면서 만들어지는 황구지천위의 다리에도 아예 인도가 없다는 문제다.
기존에 있는 황구지천 다리 대부분이 인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남은 황구지천을 기점으로 동서로 나뉘어져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는 고위 정치인들조차 새로 만들어지는 왕복4차선 다리에 인도가 아예 없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는지 알길은 없다.
그래서 경기도 담당자에게 한번 물어봤다. “강원도에도 하루 차량통행량이 5만대가 넘는 다리가 만들어질 때 인도가 없는 국지도를 만드느냐?”고 말이다. 담당자는 창피한지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아무리 화성서부지역이 차별받고 있다고 떠들어도 화성시장은 공개석상에서 “화성동부는 주민들이 지불한 돈으로 만든 도시에 살고 있다. 내가 화성 동부에 예산을 쓴 적은 없다”는 철학이 빈곤한 주장만 할뿐 실제 화성서부지역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가 경기도 산하 31개 시군중 재정자립도1위를 달리고 있는 화성시의 당당한 현실이 화성 동탄 덕분일까? 아니다. 화성시는 교부세가 아닌 법인세의 도시다. 다시 말하면 화성서부의 수많은 공장지역에서 나오는 돈으로 화성시가 지금 이런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공장, 제조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대형 차량의 교통지옥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덕분에 각종 화성시의 자랑스러운 수치들이 수립된 것이다. 화성서부시민의 희생 없이 지금의 화성시는 없었다.
화성서부지역의 정치인들이 이런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화성시장의 발언 같은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직 새로 만들어질 다리의 공정률은 70~80%라고 한다. 시장이 됐던 국회의원이 됐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가서 드러눕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화성서부의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