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철거, 공가, 철거........,
“내가 기자실에 막 올라가 사정을 그렇게 호소했는데 단 한 명의 기자도 우리들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취재도 안했다. 그리고 이제 다 끝났는데 지금 와서 뭘 취재 한다는 거야, 너무 억울해서 시장님 한번 만나자고 시청 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리고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단 한 명의 기자도 우리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수원시청에서 경기도청으로 가는 길의 대로 중간부분에는 보기 흉한 빨간 글씨로 대문과 담벼락에 “철거, 공가, 철거”라는 글이 쓰여 있다. 그렇게 시작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철거라는 빨간 글씨가 수도 없이 쓰인 건물들이 줄을 지어 있다. 그러나 아직 이곳 재개발 지구에는 300여 가구가 남아 있고 명도소송까지는 약 5개월간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또한 골목길의 중간에 수원에서도 명문이라는 수원고등학교와 중학교의 후문이 있다는 것이다.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철거라고 쓰인 빈집 앞으로 가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부터 철거라고 쓰인 흉물을 보고 인상을 쓰며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가는 아이까지........., 빈가구들이 즐비한데 경찰병력이나 아이들을 보호할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철거라는 흉한 글씨만 아이들의 등짝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을 때. 주민이라는 분이 와서 신분을 묻더니 다짜고짜 자신의 지난 수년간의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감정평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주민 A씨는 ‘아파트를 지으면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은 훌쩍 넘을 거다 그런데 우리 집은 평당 480만원을 준다면서 막무가내로 집을 비우라고 한다. 주민 B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 집도 평당 480만원을 준데, 그 돈으로 어디 가서 살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사는데 까지는 여기서 살았으면 싶었어”라고 말을 한다. 가만히 보니 주택조합과 협의를 안 한 사람들 대다수가 노인들이었다. 이사할 기력이나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남은듯했다. 재개발 지구 곳곳에는 치우지 않은 각종 쓰레기들이 지천에 있고, 일부러 그랬는지 멀쩡한 담장들도 일부 무너져 있었다.
수원시에서는 해당조합에 “철거라고 쓰인 문구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니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이미 지구 전체적으로 대로, 소로를 가리지 않고 ‘철거’라고 쓰인 빨간 글씨는 수원시민들에게 공포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
철거라고 쓰인 문구가 수원시 도심 곳곳에 깔리면 누가 이득인지는 알겠지만 그걸 보고 불쾌함을 느껴야 하는 일반 시민의 행복추구권이나 이득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많다는 수원시청 출입기자 중에 딱 두 명, 그것도 가장 힘없는 기자 두 명이 주민의 하소연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정말 부끄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