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2020년 발간한 경기도 31`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화성시가 2020년 기준 경기도 1위(66.3%)를 기록했다. 인근 수원시(45.9%)나 오산시(30.4%)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재정자립도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나 이 수치가 화성시가 부자도시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성시의 현실은 동과서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쪽에 해당하는 화성 동탄의 경우 신도시이기 때문에 도시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 환경적 요소가 두루 갖추어져 있다. 반면 화성 서부는 막개발과 행정의 무관심 그리고 정치인의 거짓말 등이 사회전반에 걸쳐 퍼지면서 비참을 넘어 대한민국 도서 중에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가 화성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끊임없이 화성이 잘 산다고만 하지 내부의 현실은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화성서부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것은 단적인 예로 다리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오산천은 화성의 황구지천과 하천의 폭은 작지만 전체적으로 규모면에서는 비슷하다. 반면 하천을 지나는 다리는 하늘과 땅`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산천을 건너는 모든 다리에는 모두 보행로가 있어, 사람과 사람사이의 통행이 가능하다. 반대로 화성의 황구지천을 건너는 모든 다리에는 보행로가 전무하다. 어이없지만 오는 2026년 완공 목표로 새로 만들어지는 왕복4차선 다리에도 보행로는 없다. 보행로가 별거냐고 묻겠지만 보행로가 있는 다리와 없는 다리의 차이는 극명하다. 사람을 우선하는 것과 안하는 것에 차이다.
오산의 어느 정치인은 경부선철도 과선교(철도 횡단도로) 건설과 관련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보행로의 폭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이왕이면 자전거도로와 장애인도 통행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위해 LH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반면 화성의 어느 정치인은 황구지천을 넘나드는 도로 및 다리 문제와 관련 예산을 가져왔다는 보도자료를 뿌렸지만 기본적으로 그 다리에 보행로가 없는지조차 몰랐다. 지난 3월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사실 확인을 할 정도이었다. 하지만 이미 설계가 끝나 또 다시 보행로도 없는 왕복4천선 규모의 황구지천 다리가 건설되는 중이다. 이쯤이면 화성과 오산 누가 더 부자인 것이 극명하게 판별되는 순간이다.
수치가 높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오산시가 지난 20여 년간 오산시민들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열정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따져보면 재정자립도 수치만 높은 화성시보다 몇 배는 부자다. 도로가 막힌다며 경기도에서 예산을 따왔다고 자랑하는 화성시의 어느 도의원은 말한다. “길 막히니까 도로부터 넓히면 되잖아”라고 말이다. 그 도로에 보행로가 없다는 것은 관심 밖이다. 부자도시 오산과 가난한 도시 화성의 정치 수준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