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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쌀 칼로스 먹어보니 그저 그래

 한국 쌀보다 당도와 식감 떨어져
 미국산 칼로스 환자용 음식 같은 무미건조한 맛


말로만 듣던 미국산 자포니카 쌀, 칼로스를 한 번 먹어보고자 수원농수산물 센터를 찾았다. 수원농수산물 센터는 수원에서 요식업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음식재료를 대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수원은 물론 인근 병점이나 오산에서도 음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 봉지에 들은 칼로스와 펼쳐놓은 칼로스, 우리나라 쌀과 크게 바를바 없다. 다만 칼로스는 우리나라 쌀보다 조금 긴 편이다.

수원농수산물 센터 안에는 우리 농산물 위주로 물건들이 도매로 거래되고 정문 인근에서는 각종 외국산 음식재료들이 거래된다. 이곳에서 미국쌀 칼로스를 구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칼로스 가격이 많이 올라 20kg에 약 47,500원 정도 했다. 우리나라 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칼로스 가격도 전년대비 20% 이상 올랐다는 후문이다.

칼로스가 우리나라에 선을 보인 것은 오래전이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미군부대를 통해 일부 유통되던 쌀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쌀시장개방 압력을 받으며 쿼터제로 수입하면서부터는 정식으로 수입됐다. 칼로스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식으로 수입되는 칼로스보다는 우리나라 쌀을 많이 사먹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로스는 먹는 본인만 모르지만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다. 칼로스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자포니카 계열이기 때문에 김밥이나 양념이 들어간 요리에서는 칼로스를 쓰는 경우가 많다. 식감자체가 우리나라 쌀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입맛이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식감만으로 칼로스와 한국쌀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부 식당에서는 칼로스와 우리나라 쌀을 섞어서 팔기도 한다.

칼로스는 대체로 묵은 쌀이 많다. 한국에서 도정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로스는 미국에서 도정과 포장을 마친 후, 한 달여 동안 태평양을 건너와 우리 땅에서 팔리게 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에 따르면 “쌀은 도정 후 20일 이내에 밥을 지어먹을 때 가장 좋은 밥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도정한 지 20여일이 지난 쌀은 자동적으로 묶은 쌀로 분류된다. 실제로 쌀 유통속도가 빠른 대형마트에서 쌀의 도정 날짜를 보면 3일 이전의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쌀이 주류상품이 아닌 고급백화점의 경우 가끔 잘 살펴보면 도정한 지 20일이 지난 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칼로스를 집에 가져와 쌀을 씻어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는 브랜드 쌀과 비슷한 완전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완전미란 동일한 크기의 쌀이 90%이상일 때 완전미 비율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쌀의 품질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색감은 우리나라 쌀과 거의 같았다.

우선 쌀을 씻고 30여분 쌀을 불리기로 했다. 약 2년이 지난 구곡이다 보니 오랜 시간 불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불린 쌀을 압력밥솥에 넣고 불을 붙였다. 아무리 나쁜 쌀이라도 한국의 압력밥솥 속에서 요리가 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고 할 정도로 압력밥솥은 밥알의 평준화를 가져다 준 기계다.


   ▲ 미국산 '칼로스'로 지은 밥(좌)과 '고시히까리'로 지은 쌀밥(우), 고시히까리로 지은 밥의 광택이 좋다.

솥에서 ‘뽁뽁’ 거리는 소리가 났다.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다. 그래서 약 5분여 정도 뜸을 들이고 밥솥 뚜껑을 열었다. 맛있는 밥 냄새가 솔솔 풍겼다. 한국 쌀이나 미국 쌀이나 자포니카 계열의 밥 냄새는 모두 비슷한 듯 했다. 밥을 정성스럽게 떠서 상으로 가져와 드디어 시식을 시작했다.

대충 입안을 맹물로 헹구고 밥을 한 숟가락 떴다.
“음!” 칼로스 쌀의 첫 식감은 한 마디로 무미건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고시히까리’의 경우 존득함이 진하고 ‘아끼바레’는 고소한 냄새가 일품이지만 칼로스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마치 환자들을 위해 양념을 확 줄인 음식처럼 너무 무미건조 했다. 두 번째 숟가락을 떴을 때도 맛은 대체로 동일했다. 한국 쌀은 밥을 지어 밥만 입에 넣어도 고소함이 느껴지고 입에 약간의 침이 고일 정도로 단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칼로스에게서 그런 정도의 단맛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만 칼로스를 가지고 다른 요리를 한다면, 예를 들어 볶음밥이나 밥이 주재료가 아닌 부식의 재료로만 사용된다면 충분히 사먹을 수 있는 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부초밥 또는 김밥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면 가격대비 효율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 칼로스가 한국 땅에서 식감을 겨루어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단순하게 칼로스가 우리 식단에 올라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어도 일 년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한국쌀과 미국쌀의 식감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벌어져 있는 셈이다. 칼로스가 한국쌀과의 공정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제3국에서 같은 시간의 유통시간을 가지고 식감 테스트를 해보면 백번에 한 번 정도는 이길 수 있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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