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빈(1960~) 경기도 용인 출생 인천교대 졸업, 경기대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하얀 축복 속을 달리다’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장 저어기 마음 속 웅덩일 파서 잔잔한 물결마저 잠재우고 투명과 고요를 하나 가득 담아 본다 으스름 꿰뚫고서 나의 푯돌이 우련히, 쓰윽하니 나타나 올 것만 같아 시 읽기/ 윤형돈 가운데가 움푹 패여 물이 괴어있는 곳, 유년시절, 시골 논 한 가운데 ‘웅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음습한 수초 사이로 개구리밥이나 장구벌레 혹은 물방개나 새끼붕어가 가뭄 날 빼고 하릴없이 둥둥 떠다녔다. 평평한 논이나 늪, 연못 보다는 대개 지대가 낮고 깊게 패였으니 물속의 내용물이 몹시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시인의 웅덩이는 ‘저어기 마음속 웅덩일 파서’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웅덩이’다. 따라서 더 심도 있고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심연으로 표상된다. 빠져 나오기 어려운 곤욕이나 블랙홀의 상황일 수도 있으며 더 깊어지면 혼란, 나락, 혼돈, 지옥으로 떨어질 만큼 짧은 시 행간에 웅숭깊은 마음의 복잡다단한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내면의 깊은 속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의뭉스럽기 까지 하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총곡리에서 4남 2녀중 막내로 태어나 이천 제일고 축산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20여년을 다녔으며 1980년에 문학동호회 초대회장과 현회원이며 2001년 ‘문예사조’로 등단하고 삶의 현장을 중국 천진으로 이동하여 현재까지 사업을 하고 있다 만학을 하여 서울 디지털대학교 중국학과를 2014년에 졸업하였으며 현재 중국 천진 천민포장 동사장임. 저서 2016년 제 1시집 ‘흐르는 물처럼’ 출간함. 현재,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문예사조, 한국문학예술, 청맥문학회 회원임.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루고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소리 없이 흐른다 냇물의 끝을 향하여 어느새 巨山이 되어서는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한 몸이 되어 부딪치다 부딪쳐 구르다가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하더니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 것 없는 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내가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시 읽기/ 윤형돈 물은 원초적인 에너지와 생명력의 근원이다. 천하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박두진은 경성사범학교와 우석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文章」誌에 시 <香峴> 등 다섯 편이 동시에 실리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1946년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공동시집 「靑鹿集」을 펴낸 뒤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며 본격적으로 詩作활동을 했다. 갈대가 날리는 노래다 별과 별에 가 닿아라 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 언어는 이슬방울 사상은 계절풍 믿음은 업고(業苦) 사랑은 피흘림, 영원,-너에의 손짓은 하얀 꽃 갈대꽃 잎에는 피가 묻어 스스로가 갈긴 칼에 선혈(鮮血)이 뛰어 흘러, 갈대가 부르짖는 갈대의 절규다 해와 달 해와 달 뜬 하늘에 가 닿아라 바람이 잠자는, 스스로 침묵하면 갈대는 고독. 시 읽기/ 윤형돈 순수 서정의 근원을 지키려고 애쓴 청록파 3인 중 한 사람인 혜산 박두진은 ‘그리스도와 소박한 자연과 시가 있어서 나는 이제 고독하지 아니합니다.‘라고 고백할 만큼 젊은 시절에 자연과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 다시 말해 그의 시적 형상화에 영향을 준 사상적 기저는 기독교적 구원 의식과 이상 세계였다. 큰 스승 정지용 시백(詩伯)은 그가 등단할 적에 ’朴君의 시적 채취는
심성보(晩濃) 경남 마산 산, 경북대 법학과 졸업 한국시조시인협회/국제PEN/문예춘추/계간문예/수원문인협회 시조집: 나의 노래, 나의 시 비 그치고, 아름다움 7 5한시역집-몽각요, 주목, 천년주목 상.중.하, *향가 26수 향가풀이로 저작 등록 시조 한 수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잡을까 내미는 손 허지르는 안타까움 눈초리 날로 세우다 빈 하루를 보낸다 시 읽기/윤형돈 어느 길손에게 잃어버린 노래를 말하랴 나 평생 헛된 꿈만 꾸고 살아왔는데, 가자 저 바람 속으로 홀로 외로이 뇌까려 보지만, 오늘도 헛되이 ‘시조 한 수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시조’라는 말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로 이해된다.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고 계절이 보이고 그렇게 시인의 눈에 보이는 대로 스스럼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일렁이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따뜻한 양성모음’의 시 운율을 가다듬어야 희미하게 드러나는 은세계다. 그러나 모든 사물의 현상은 때가 있는 법, 바로 그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쓰고 싶어 아무리 사달이 나도 시를 만나지 못한다. 특히 종장에서 독특한 율격의 반전을 도모해야 비로소 한 편의 시조가 완성됨에 있어서랴! 문득, 만농 시인이 펴낸 <
이상정(1960~) 경북 칠곡 출생, 강남대 영문과 졸업 1993 ‘수원문학’ 신인상, 1995 ‘시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입술 도장 편지, 붉은 사막, 인생계략(Life-Plot) 경기문학상, 한국 글사랑 문학대상우수상, 국제펜한국본부,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시인협회, 표암문학회 이사 경기펜문학 사무국장 꼬리가 아홉 개 달린 마담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소문 오백년 묵은 꼬리가 갈라져 아홉 개 개꼬리 삼년 묻어나도 여우 꼬리 안 되는 데 습하고 어두운 지하 홍등 아래 월하미인되어 교활하고 간교하여 정신을 못 차리게 하네 백수와 며칠을 지내게 된 클레오파트라 이태백의 무덤을 파 영혼을 깨워 시를 짓게 하네, 아뿔싸! 복숭아 가지로 후려쳐 진상들을 쫓아낸다 다인 카페 마담. 시읽기/ 윤형돈 구미호 외전(外傳)을 읽는다. 시인은 전설 속에 박제되어 있는 구미호 이야기를 현대시에 맞게 개조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 이야기는 이미 ‘구미호 가족’으로 인간세계에 등장하는가 하면, 변신에 변모를 거듭하는 사랑이야기로 거침없는 상상력의 반전을 도모한다. ‘전설 따라 삼천리’와 같은 구전(口傳)은 언제나 판타지적 요소가 강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가 된다
강성숙(1939~) 경남 울산 예신대 문창과 졸업, 동아일보 소설 등단,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 수상 시집 : 허물 벗는 시간, 도시 속에 허수아비, 그대 숲 속에 간이역을 짓고, 머시라카노 소설: 마지막 길동무, 시간을 접는 사람들, 거꾸로 걷는 사람, 얼음아이, 자투리, 매니큐어 젊은 햇살이 우쭐대며 담장을 넘어 오던 날 남자는 장독대로 가 망설이다 항아리 뚜껑을 연다 메주보다 못 생긴 아내가 웃고 있다 아내의 입술을 뚝 떼어 담는다 생일 날 된장국이냐 투덜댄 부끄러움이 부러워지는 날 아내가 싫어하는 소주병에 국화꽃을 꽂는다 짜고 맵고 쓰디쓴 잔소리를 삭힐 수 없었던 아쉬움에 아내의 빈 자리 꽃병과 마주한다. 시 읽기/ 윤형돈 부부란 무엇인가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맨 처음 흙으로 빚어진 질그릇 남녀는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 서로가 이질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외계인으로 만나서 매일 한 지붕 아래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나마 인연이 지어준 실타래의 약속을 믿고 함께 아웅다웅 지지고 볶고 살아야 한다고 믿는 부부는 행복하다. 삶이란 지루하고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동고동락한 세월이 어느덧 늙고 병 들면 어느 한 쪽에 기대고 싶기도
유선(1938~) 충북 보은, 서울 문리사대 경기대 대학원 졸업 ‘시조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 시조집 ‘세월의 강을 건너며’ ‘메아리치고픈 내 목소리’ ‘겨울나무로 서서’ ‘꽃피고 지는 사이’‘신 귀거래사’ ‘전원일기’ ‘간이역 풍광’ ‘남한강 유역의 창’ ‘수원의 새’ ‘수원 비둘기’ 등 현, 경기시조시인협회고문 6.25가 터지던 날 심어놓은 어린 나무 지금은 천지를 덮는 어른으로 자라나서 몹쓸 짓 모두 다 품어 동 틔우고 있구나 나무 심던 어린이도 어느새 할배가 되어 추억을 걸어놓고 얘기 끈을 꼴 때마다 새들도 흘러간 세월을 쪼아 먹고 있구나 시 읽기/ 윤형돈 처음엔 두 눈을 의심했다 시 제목이 ‘김정은을 보며’ 라니, 두말 필요 없이 그 이름은 북한 최고 통치자이며 국무위원장이다. 조부가 김일성이고 부가 김정일, 여동생이 김여정으로 현재 서방 외교무대에서 막후 실세로 절대 권력을 밀착 보좌하고 있는 모양새다. 때마침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핵 담판의 결과가 ‘협상 결렬’로 끝났다는 속보가 전해온다. 노시인은 지금 38년생, 84년생인 김정은과는 무려 46년 나이 차이가 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통과한 남한의 어르신이 상대 진영의
부산에서 태어나 2010년 월간 <창조문예> 신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 시작 첫 시집 <뒤가 이쁜>이 있다 굵은 자물통이 비틀려 있고 모아뒀던 헌 옷들이 사라진다 CCTV로 알아보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챙 모자 구부정하게 눌러 쓴 남자 컴컴한 골목 전전하며 묵직한 자물통 들추고 있다 헌옷 무게만큼 버팅기는 허리 가까스로 추스르며 어둠 속으로 가뭇해지던 혹독한 생이 앞을 가린다 그날 이후였을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안습 휴지통이 넘치고 불면의 밤은 더욱 길어진다 숨통을 조이는 미세먼지는 마스크와 안구건조증으로 앞가림 되고 헌 옷 함 지날 때 마다 어룽이는 그림자 찌그러진 자물쇠의 시선이 비스듬히 허공을 문다 시 읽기/ 윤형돈 물체가 빛을 가리면 이면에 검은 형상이 드러난다. 최첨단 과학 문명의 뒷골목에 나타나는 ‘낡고 헌 그림자’의 실체는 누구인가? 다름 아닌 ‘폐휴지 줍는 노인들’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폐품 수집을 한 기억이 도대체 언제인데 저분들은 아직도 밤 낮 없이 폐휴지 수거로 누군가를 부양하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구부정하게 ‘컴컴한 골목 전전하며’ 고작 동전 몇 닢 손에 쥐려고 새벽 출근 시간보다 먼저 일어나
서순석(1957~) 서울 출생 인하대 국어교육과 경기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5 시조문학 ‘백자송‘ 등단 정운엽 문학상, 한밭 시조 백일장 입상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입상 2004 시집 ‘바다로 간 만해’ 출간 식민지 형무소 겨울 독방에는 동토를 기어가는 네 가닥 파뿌리로 남아 생존을 흙으로 축복하는 눈빛이 있었다 사형수의 낙서가 시집처럼 남아있는 벽 어머니의 젖무덤엔 겨울 강이 누워있고 숨쉬길 거부한 강은 어미 곁에 누웠다 죽음은 매듭 못 지은 유언으로 남아 있는데 반야경 넘길 책장이 아직도 남아 있음은 나보다 더 슬픈 가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억새야 만해의 늙은 억새야 아직도 보내야 할 바람이 남았는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용서해야 하는가 시 읽기/ 윤형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라고 천명한 이가 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시를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적 변용이 필요하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적 상상력의 형상화야말로 서순석 시인이 관통한 시작법의 본령이라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만해(萬海)는 한용운의 법호이며 부처의 은덕이 바다와 같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승려 시인이며 독립 운동가였던 그는 1919년 3.1 운동 때,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
맹기호(1955~) 시인 서양화가 충남 아산, 경희대 대학원 졸업 1998년 ‘문예사조’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수원문인 협회 부회장, 수원 일요화가 회장 영덕중, 상촌중, 매탄고 교장 역임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 출간 2015 자랑스러운 수원 문학인상 수상 동그랗게 솟는 순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격한 음성을 듣자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가르침은 알 바 아니다 눈을 들면 왜 보이는가 그 길에 묻힌 이의 통한을 알 바 아니다 오늘은 기쁜 날 미치도록 화나는 날 꺼럭을 털자 솟는 방울로 시 읽기/ 윤형돈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 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순수의 전조’에서 이같이 노래했다. 맹기호 시인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존재 탐구’라는 말을 언급했는데, 존재의 뿌리는 결국 원형의 혈관(血管)인 어머니, 고향, 사랑으로 귀속할 수밖에 없다. ‘BLOOD(피)’라는 시의 첫 행에 등장하는 ‘순수’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적인 언어로 자신의 실존적 실체를
황동규(1938~) 아버지 황순원 서울대 대학원 영문학 박사 1958년 현대문학 ‘시월‘, ’즐거운 편지‘ 등으로 추천 1965년 시집 ‘비가’ 1972년 ‘평균율 2’ 출간 1984년 문학선 ‘풍장’, 1986년 ’악어를 조심하라고?‘ 출간 1988년 연암문학상, 김종삼 문학상 수상 1993년 ‘미시령 큰바람’ 출간, 기타 서울대 명예교수 외 오, 눈이로군 그리고 가만히 다닌 길이로군 입김 뒤에 희고 고요한 아침 잠깐잠깐의 고요한 부재(不在) 오, 눈이로군 어떤 돌아옴의 언저리 어떤 낮은 하늘의 빛 한 점 빛을 가진 죽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꿈꾼다, 꿈꾼다, 눈빛 가까이 한 가리운 얼굴을, 한 차고 밝은 보행을. 시 읽기/ 윤형돈 연일 건조주의보에 초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리다 요 얼마 전 깜짝 눈이 오는가 싶더니 또 잿빛 하늘만 꾸물거리고 반가운 강설 기미는 아예 없다. ‘눈’ 하면 우선, 곧바로 떠오르는 게 김진섭의 ‘백설부’에 묘사된 경이와 찬탄의 수필 문장이요, ‘살아있는 눈’을 바라보며 ‘기침‘을 하던 김수영의 첨예한 감수성과 군사독재 시절 ’백색의 계엄령‘으로 각인된 최승호의 ’대설주의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푹푹 내리는 백석의 ’눈‘,
권지영(1974~) 부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했다 스무 살에 ‘여백 문학회’에서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고 경희대 국제한국 언어 문화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였다. 저서로는 ‘꿈꾸는 독서논술’ 시집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누군가 두고 간 슬픔’ 동시집 ‘재주 많은 내 친구’ 등이 있음 강건하면서 부드러운 부릅뜬 두 눈 어떤 말도 하지 않으나 슬퍼서 따듯한 굳게 다문 입술, 내가 살아있는 이유에 대하여 바라본다 작은 두개골, 일찍이 그대는 무게의 중심을 비웠지만 전쟁터에서 살아 나온 커다란 두 발로 생을 걸어간다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걷는 앙상한 걸음, 당신의 살아 있는 눈빛을 기억하기 위해 그림자를 따라간다 어둠 속에서도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발자국. 시 읽기/ 윤형돈 이 시의 모태는 인체조각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란 작품에서 기인한다. ‘걸어가는 사람’의 당위성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은 명제로 옹호한 적이 있다. ‘우리는 걸어가는 사람,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렇다면 더욱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멀